quasi window dresser


정말 오랜만에 정치 글을 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는 '디자인서울'로 대표되는 오세훈의 전시행정에 질려 있었다. 새빛(둥둥)섬, 영등포 고가도로 철거, 동대문운동장 철거 후 역사공원+DDP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화룡점정이었던 것은 경인운하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지나가기에 좁다는 이유로 멀쩡한 교량을 때려부수고 교각 사이를 넓히고 아치를 다는 공사를 하다, 지방선거로 서울시 의회가 여소야대가 되면서 예산을 못 받아서 'ㄷ'자로 거의 1년 넘게 방치된 양화대교였다.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널 때마다 급격한 'ㄷ'자 커브를 겪어서 무슨 보수공사를 이렇게 오래 하나 했었는데 실상은 '한강르네상스' 유람선 통과를 위한 공사였고, 그걸 위해 쓴 예산이 얼마였더라. 그런 그가, 무상급식이 예산을 낭비하는 포퓰리즘이라며 자신의 시장직을 걸고 승산이 없던 주민투표를 하고, 결과가 나오자 실제로 시장직을 던져 버리는 모습에 정말이지 질려 버렸다.


아마 당시 서울시민들 중 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당시 안철수의 후보 양보가 있긴 했어도 별 지명도도 없고, 공격당할 약점도 은근히 있었으며, 심지어 미남과는 거리가 먼 박원순이, TV토론회에서 나경원에게 그야말로 탈탈 털렸음에도 여유 있게 당선된 데에는 전시행정에 질린 시민들이 시민단체 출신 참신한 행정가를 원했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당시 박원순은. 'ㄷ' 모양으로 방치된 양화대교를 그대로 임시교량과 이어붙인 상태 그대로 두어서 전시행정에 대한 경계를 환기함과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써야 한다고 했었다. 멀쩡한 교각을 때려부순 전시행정의 결과가 이렇다는 것을 10년, 20년 동안 두고두고 남겨야 한다며. 그 말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주장을 철회하고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공사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나는 그 말에 (좋은 의미로) 꽤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벌써 8년 가량이 지났다. 재선 2번을 거쳐 최초의 민선 3선 서울시장이 된 그가 지난 서울시장 임기 동안 한 일은 대략 다음과 같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서울시립대 재정 쥐어짜기, 월드컵대교 예산 깎아서 티스푼 예산 만들기, 대책 없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고척 스카이돔 공사 강행해서 넥센 강제로 밀어넣기, 또 뭐가 있는지 나무위키 찾아보면 나오지만 대충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게 이 정도다. 서울시립대는 반값 등록금 실현한다고 학생들이 잘 이용하던 셔틀버스 없애고 학식 예산 줄이고. 월드컵대교 예산 깎아서 교각 3개만 덩그러니 물 속에 잠겨서 감가상각 진행시키고, 그 예산 깎아서 한 짓이 고척 스카이돔 공사 강행하고 돈 때려 박아서 괴이한 돔구장 만든 다음에 서울시장 권한으로 협박해서 반 강제로 넥센을 고척돔에 밀어넣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는, 그 취지 자체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당시 고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건 분명하지만, 하루 교통량 생각도 안 하고 무작정 고가 폐쇄하고 공원으로 만들면 차는 어떻게 다니라고? 주말에 공덕에서 서울역 넘어 명동이나 남대문 가는 버스를 타면 욕이 절로 나온다. 고가공원을 할 거였으면 우회통행로를 확실하게 확보하거나(신규 고가건설, 아니면 진짜 돈 엄청 때려박아서 다 지하보도로 바꾸든지, 서울역 지하를 지나가려면 희대의 난공사가 되었겠지만), 그게 아니면 뭔가 대책이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대선후보 경선 전에 저걸 보여주고 싶었으니 우회로고 뭐고 서두를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한다는 짓이 일요일 새벽 6시엔가 나와서 역시 안 막히네, 괜찮다 이러고 있는 짓이었고. 


박원순이 오세훈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오세훈의 업적이 뭐가 있는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으니까. DDP나 새빛섬, 고척스카이돔은 지어놓은 걸 어떻게든 활용하고 있는 거고, 일부 보수층이 포장하는 것처럼 전시행정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쟤네 지을 돈이었으면 훨씬 많은 사업을 다양하게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서울시장 MB랑 비교하면 박원순이 과연 더 낫다고 할 수가 있을까? 임기가 4년 v. 10년인 걸 고려하면 더더욱? 요새 박원순이 시도하는 전시행정류는 원래 MB가 甲인데?


갑자기 박원순 글을 쓰는 이유는, 짜증이 나서다. 왜 짜증이 나냐, 이 양반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운이 정말 좋다. 일단 오세훈이 자진사퇴하고 열리는 보궐선거에 그냥 나왔으면 군소 후보 1로 묻히고 말았을 텐데, 박경철이 짜 준 안철수의 몸값 올리기 전략으로 서울시장에 정말 비교적 쉽게 당선됐다. 그리고 서울시장 재선 노릴 때쯤 안철수가 새정치를 하겠다며 당을 만들고, 그러면서 서울시장도 무조건 후보 내겠다, 단일화는 없다고 하다가 김한길이 뭘 어떻게 설득했는지 갑자기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합쳐졌고 후보단일화니 뭐니 할  없이 자연스레 진보 측 단일후보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3선할 때는 503 탄핵으로 맛이 간 자유한국당이 김문수를 후보로 들고 나왔고, 이미 '새정치'의 이미지를 다 잃은 안철수가 중도보수 후보로 나와서 심지어 보수 표 분산까지 된 덕에 정말 압도적으로 3선에도 성공했다.


더 대단한 건 가만히 있는데 대선 예비 경쟁주자들이 다 엎어진다는 거다. 안희정은 지난번에, 이재명은 어제 확실히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갔다. 안희정은 정말 의외였고, 이재명은 사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민주당에 이제 유력 차기주자라고 할 만 사람이 누가 있나? 당장 떠오르는 인물 중에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인물은 김부겸 정도밖에 없다. 김경수는 아직 너무 어리고, 솔직히 오거돈은 내가 잘 모른다. 물론 지금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안희정 이재명 다 고꾸라져도 옛날 노무현처럼 갑자기 부상하는 인물이 없으리란 법도 없고, 민주당 후보로 박원순이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꽤 높을 거다. 그렇게 되면 다행이고.


대통령 박원순은 정말 보기 싫다. 보수층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박원순이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서 싫은 게 아니고, 그의 정책과 행정 능력은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정말 싫은 건 그가 자신의 초심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정책을 내놓는데, 그게 먹혀서 3선도 하고 대선후보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여당 원내대표가 민노총은 말이 안 통한다고 노동계랑 각을 세우는데 한국노총 집회에 가서 노조 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 건 대권 욕심이 없으면 설명이 안 되는 행보다. 이미 그의 눈은 대선을 향해 있다.


탄핵 여파가 아니었으면 그가 이렇게 무난히 3선을 했을까? 그가 만약 서울시장 MB와 붙었다면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그는 비교적 쉬운 여건에서 쉬운 상대를 만났고, 그 덕분에 자신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다. 아무리 박원순에게 실망했어도, 분명 박근혜 탄핵에 찬성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1주일만에 모든 게 잘못됐다며 박근혜만큼 청렴한 대통령이 어디 있냐고 태극기를 흔든 김문수를 찍을 사람은 많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초심을 잃어버린 사람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유사 전시행정가', 지금의 박원순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by joshua-astray | 2018/11/20 01:56 | minor - politics | 트랙백 | 덧글(0)

irony

지난주 토요일엔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만났던 친구를,
이번주 금요일엔 동기 형의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내 시를 그렇게 좋아해준, 너는 그러겠지,
형, 나도 잘 알아듣게, 쉽고 좋은 시 많이 써.
이제 너는 죽고 나는 네 죽음을 시쓰고 있구나.
세상 사는 일이 도무지 어처구니없구나.
시를 쓴다는 일이 이렇게도 하염없구나'


(마종기 - ‘동생을 위한 弔時’ 中 | 8. 혹시 미시령에)

by joshua-astray | 2018/09/10 00:18 | 뒤를 생각한다 | 트랙백 | 덧글(0)

farewell to military

한참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전역이지만, 전역 후 어디에서 지내게 될 지 불확실했던 터라 이사 준비를 좀 차일피일 미뤘었고, 결국에는 7월 말에 대충 당장 필요한 것만 조금 챙겨서 급히 얻은 단기월세 방으로 나왔었다. 이번 달 안으로는 관사를 빼야 했던 터라 어젯밤에 춘천에 가서 한숨 자고 오늘 짐을 다 들고 서울로 왔다. 이제 정말 'farewell to army, goodbye 춘천'인 셈이다.


고작 몇 주 지나지 않았는데 꽤 오랜만에 춘천에 가서 잠을 청하니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잠을 좀 설쳤다. 아침에 짐을 다 싸고 나오는데, 이제 춘천에서 생활할 일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앞으로 사람들이랑 같이 춘천 놀러와서 아는 척 하면서 여기저기 끌고다니는 거 아니면 여기 올 일 없겠구나, 뭐 이런 생각도 들고. 전역한 지 대충 1달이 지났으니 이쯤 되면 지난 군생활 3년을 좀 돌아보고 남겨도 괜찮겠다 싶었다.


친구가 말하길 군법무관 3년 동안 다들 3가지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운동, 영어, 결혼. 그리고 거의 대부분 2가지만 하고 전역한다고. 나도 그런 셈이다. 그리고 군생활 3년 동안 잘한 일 Top 3 중에 하나가 수영을 배운 거였다. 결과적으로는, 골프를 거의 배우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뭐 소소하게 몇 가지 얻은 게 있는데 하나는 아직도 무리하게 활동하면 살짝 아픈 왼쪽 무릎과 오른쪽 발밑, 초보 단계를 벗어난 운전 같은 것들.

무엇보다 군생활 3년 동안 크게 깨달은 건 어딜 가도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것과, 처음 대하는 사람에 대한 경계를 절대 게을리하지 말라는 것. 편 가르기 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경력법관제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 성적만으로 판사를 하는 게 아니더라. 절대 판사를 하면 안 될 사람이 임용되는 걸 보고 느꼈다. (학부 때는 '지들은 바로 임관해놓고 우리보고는 10년 경력을 쌓으라고? 이것도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철없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군사법원이랑 군검찰은 다 폐지해야 된다. 지금 제도상으로는 군사법제도의 독립성은 거의 보장되지 않는데다가(송영무 장관의 개혁안으로 진행되면 조금은 나아지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 조직은 그런 큰 권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정도로 역량 있는 조직이 아니다. 중학교 3학년 여자애의 벗은 가슴을 찍은 사진이 '사회통념상 음란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때린다거나, 국가배상에서 유리하게 써먹으려고 검찰관 처분에 압력을 넣는다거나 하는 일들은 아마 평생 기억할 거다. 그냥 민간 경찰이 수사해서 민간 검찰한테 넘기면 검사가 판단해서 민간 법원에서 판결 내리는 게 맞다.


다시 군법무관 생활을 하라고 하면 공군이 보장되어도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다시 군법이랑 공법 중에 고르라고 하면 군법을 거의 100% 고를 것 같다. 공법을 갈걸, 이라고 후회한 적이 한두번 있기는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확실히 군법이 더 나았다. 별로 즐겁진 않았지만 30대 초반에 부서장을 해보는 것도 큰 경험이었고(시야가 넓어지더라),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강원도 전방에서 군생활하는 것도 지나니까 추억이 되었다. 아마도 평생 다시 하지 않을 검찰 일을 해보며 이런저런 경험을 쌓은 건 (비록 검찰에 가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여러 모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군판사를 해보지 못한 건 아직도 아쉽다.

여러 모로 좋은 군법무관 생활이었지만, 벗어난 것이 훨씬 더 좋다.

by joshua-astray | 2018/08/26 23:27 | 뒤를 생각한다 | 트랙백 | 덧글(0)

oh dear.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낸 게 2008년인가 그렇다. 1심, 2심에서 패소했다가 2011년인가에 대법원에서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을 했고, 다시 고등법원에 갔다가 대법원에 올라간게 2012년인가 그랬을 거다.


안타깝게도 국민적 감정과 다르게, 64년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및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매우 명백하게 소멸(내지 소구할 수 없는 자연채무로 변화)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국민적 감정에 기대 잘못된 판단을 한 셈이 되었다. 더군다나 2012년인가에는 ICJ에서 나치 독일에 대한 그리스, 이탈리아 국민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전후 독일과 각국의 배상협약으로 모두 소멸되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그러니까 독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문제를 ICJ에 가져가면 패소할 것이 명백했다. 그리고 일본은, 대한민국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면 바로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서 ICJ로 이 문제를 가져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도 분명했다.

그래서 한 짓이 대법원에 로비해서 사건 뭉개달라고 부탁하는 거였고, 대법원이라는 사람들이 한 짓이 그걸 거래로 상고법원 설치를 받아내려고 했다, 니, 정말이지 oh dear.

by joshua-astray | 2018/07/27 21:23 | major - law | 트랙백 | 덧글(0)

이탈리아 여행기 #0 - 티볼리를 다녀오려는 사람에게


이탈리아 여행을 최근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여행기를 쓸 생각은 거의 없었지만, 로마 옆에 있는 티볼리라는 도시를 다녀오면서 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 도시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고 투어 상품도 거의 없어서 혼자 다녀올 수밖에 없었는데, 가서 고생을 좀 했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정보를 찾으시는 분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티볼리에 관한 글만 먼저 써 봅니다. 이탈리아 여행에 관한 다른 글들을 쓸지 모르겠네요 =ㅁ=

제가 알게 된 모든 정보는 이 글에 다 녹여놓을 테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2018. 7. 3.에 다녀온 것이니 그 이후에 바뀐 것들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질문하셔도 제가 알고있는 건 다 적었으니 특별한 게 나올 것 같진 않아요.




_

며칠 전 이탈리아를 다녀왔고, 로마에 있으면서 하루를 티볼리에 다녀왔습니다.

티볼리는 로마 근교의 작은 도시인데 제가 간 가장 큰 이유는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말년에 별장을 짓고 그 곳에서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빌라 아드리아나'라는, 문자 그대로 하드리아누스의 별장이라는 뜻의 유적지입니다. 로마의 유적들이 그렇지만 서로마 멸망 이후 중세 시대를 거치며 유적 = 채굴장이 되었고 지금은 상상력을 많이 발휘해야 예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요.


이 빌라 아드리아나는 사실 티볼리 시내에서는 꽤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티볼리 시내에서는 걸어서 20분? 그리고 티볼리 시내에는 르네상스인가에 귀족이 빌라 아드리아나를 참고해서 지은 빌라 데스테(Villa d'Este)라는 별장이 있어요. 이건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갑니다.


저는 빌라 아드리아나를 보려고 티볼리에 간 거였기 때문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일단 티볼리로 가는 방법은 기차와 버스가 있는데 기차는 테르미니가 아닌 티부르티나역에서 출발하고 배차 간격이 깁니다. 버스는 Ponte Mammolo 역에서 내려서 바로 옆에 있는 터미널로 가면 되고, 비교적 배차는 잦은 편입니다만 빌라 아드리아나를 경유해서 가는 버스(42번인가?)는 배차간격이 좀 길어요. 티볼리 시내로 바로 가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비교적 짧은데 다만 주의할 것이 완행과 급행이 있고, 둘 다 2.2유로이기 때문에 급행을 타는 게 편합니다. 이걸 몰라서 그냥 온 걸 타서 티볼리로 갈 때는 완행, 올 때는 급행을 타고 왔는데 완행은 1시간, 급행은 30분 정도 걸렸어요. 일단 급행이 차가 비교적 최신 것이라 관리가 되어 있고,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빨리 갑니다. 완행은 무슨 한적한 시골길 같은데를 지나가고 사람도 많아요.

그리고 빌라 아드리아나로 가는 버스가 아니면, 도로 중간에 내려서 1.1km인가를 걸어가야 빌라 아드리아나로 갈 수 있습니다. 꽤 먼 거리죠.


저는 빌라 아드리아나를 먼저 보고 싶었지만 많이 걷기가 싫었고, 빌라 아드리아나를 경유하는 버스를 못 탔기 때문에 일단 티볼리로 가서 내린 다음에 보니 빌라 아드리아나 가는 버스정류장이 바로 근처더군요. 티볼리 시내에서 빌라 아드리아나로 가는 버스는 4, 4x가 있는데, 둘 다 1시간 간격이고 제가 갔을 때의 시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왼쪽이 티볼리 시내에서 들어가는 거, 오른쪽이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나오는 거에요.




그리고 이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표는 이렇게 생겼어요. 1.3유로. 티볼리 시내버스 표죠.

여기서부터 제가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 이유가 나옵니다.



바로 이 버스를 타는 게 고난의 시작이었어요.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가고 있는데 1시간에 1대씩 오는 게 오고 있더군요. 일단 마음이 급해서 버스에 탄 다음에 1.5유로를 주면서 나 버스표가 없어서 그러니 버스 표 하나만 줘, 이랬더니(보통 버스 타기 전에 버스표를 사긴 하는데 버스기사들도 버스 표를 팔아요. 조금 비싸게 팔긴 하지만) 그 기사새끼가 한다는 말이 나는 버스표 없고, 버스표 어디서 사야 하는지는 모르는데 하여간 버스 표 있어야 돼, 돈으로는 못 타, 이러더군요. 정말 황당했지만 일단 내렸어요. 그리고 일단 티볼리 시내로 왔으니 빌라 데스테를 먼저 본 다음에 이동하자고 생각이 들어서 빌라 데스테부터 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빌라 아드리아나로 가려고 했는데, 이 버스표를 사야해서 점심 먹고 근처 담배가게(TABACHI, 이탈리아는 아직 담배가게에서 버스표를 팔아요) 가서 빌라 아드리아나 가는 버스표 달라고 했더니 로마 돌아가는 버스표를 주면서 이거 타고 가면 되, 라고 하더군요. 그 말은 0.9유로 더 주고 시외버스 티켓 사고 가다가 내려서 1.1km를 걸어가라는 이야기죠. 필요 없다고 하고 나왔습니다(지도에서 ①로 표시한 가게).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냥 버스기사한테 샀다는 말이 있고, 가져간 관광책자를 보니 버스정류장 맞은 편 Bar Igea에 가면 이 버스표를 판다고 나와 있어서 가서 사려고 했더니 주인 아줌마가 나는 그 버스표 없고, 어디서 파는지 몰라, 이러더군요(②로 표시). 황당했지만 알겠다고 하고 거기 근처에 있는 티볼리 관광안내소를 갔습니다(③으로 표시). 안내소니까 좀 자세히 알려주겠지 이런 생각으로요.

가서 물어봤어요. 나 빌라 아드리아나 가는 버스 타야 되는데 버스 티켓 어디서 사? 이랬더니 그 아줌마가 길 건너편 가게 저기를 가리키면서 저기 쪽으로 가서 옆으로 좀 더 가면 그 버스 표를 판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거기로 갔더니, 아무것도 없어요! 분명히 그 아줌마가 저 가게 옆에 다른 가게가 있고 거기 가면 버스표를 판다고 했는데 문이 닫혀 있습니다(④로 표시). 그 아줌마 분명히 영어로 이야기했는데! 그래서 그 옆 가게에 가서 티볼리 시내버스 표를 사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냐고 했더니 좀 더 윗쪽 맞은편 가게를 가리키면서 저기를 가라는 겁니다. 거기를 다시 갔어요(⑤로 표시). 그랬더니 또 한다는 소리가 자기네들은 안 팔고 어디서 파는지 모른답니다. 슬슬 빡치기 시작했죠.

그 가게를 나와서 어딜 가라는 거냐, 이러고 있는데 제가 타야 하는 버스의 기점이 그 가게에서 바로 길 건너편이었던 모양이에요(⑥으로 표시). 심지어 제가 10분 뒤에 타야 하는 그 버스였고, 기사가 버스 세워 놓고 앞에서 쉬고 있더군요. 그래서 가서 물어봤어요. 나 이 버스 타야 되는데 티켓 어디서 사? 이랬더니 이 사람도 자기는 안 판다면서 버스 기점에서 더 위로 올라가서 꺾으면 T가 써져 있는 가게가 나오니까 거기서 사랍니다. 버스 10분 남았으니 그 안에 사오려면 서두르라면서요. 도대체 왜 현금을 내고 못 타는지, 버스기사가 왜 표를 안 파는지 빡침이 올라왔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다시 거길 가 봤습니다. 그런 가게가 없더라구요. T가 담배가게를 의미하는데 아예 그런 가게가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물어보자 하고 그 쪽에서 유일하게 뭔갈 팔고 있었던 카페 같은 데에 가서(⑦로 표시) 혹시 티볼리 시내버스표 사야하는데 어디서 사야하는지 아냐고 물어봤더니 제가 3번째로 들렀던 가게를 가리키면서 거기로 가라는 겁니다.



그 근처 다른 가게를 말하는건가, 해서 돌아가서 보니 있는 건 무슨 은행 뿐, 진심으로 딥빡이 몰려왔습니다. 15분동안 햇볕이 정말 강한데 땀 뻘뻘 흘리면서 버스표 사려고 돌아다니니 화가 날 수밖에 없죠. 슬슬 버스 올 시간이 되었고 저는 정말 화가 나서 버스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탄 다음에 돈을 주면서 나는 못 내린다, 여기 1.5유로 줄 테니 이거 받고 나 태우든지 나는 하여간 못 내린다 이거 시전할 마음으로 버스정류장으로 가려고 내려가는데 아까 그 버스 기점에 다른 버스가 서 있고 앞에 어떤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구요. 버스기사인줄 알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물어보자, 해서 나 버스티켓 좀 살 수 있어? 그랬더니 이 아저씨가 살짝 당황해하면서 지갑에서 버스표를 꺼내더라구요. 그 때는 빡쳐서 잘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버스기사가 아니라 그냥 버스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 같아요. 저는 그 때 그게 눈에 안 들어왔기 때문에 버스표를 받고 1.3유로를 줬고 땡큐를 외친 후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조금 상황 파악이 되었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결국 버스기사도 아닌 동네 아저씨한테 버스 표를 산 꼴이 되었으니까요.

어쨌든 저는 그렇게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갔고(☆ 표시), 조금 기다리니 아까 저보고 저기 가서 버스 표 사면 된다고 했던 그 기사가 버스를 끌고 내려왔습니다. 버스는 텅 비어 있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별 말 없이 버스표를 줬고, 기사가 슥 보고 받더니 가운데를 찢어서 다시 줬습니다. 그걸 타고 빌라 아드리아나로 갔죠. 땡볕에 걸어가면 정말 욕 나올 길이었어요.


여기서 끝났으면 조금 나았겠지만 한 가지 에피소드가 더 있었습니다.
빌라 아드리아나를 3시간쯤 걸려서 보고 다시 나왔는데, 위에서 설명했듯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바로 로마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고, 정확한 시간표가 버스정류장에 없었어요. 로마로 돌아가려면 결국

1. 1.1km를 걸어서 시외버스가 다니는 길로 나간 다음에 거기에서 버스를 탄다.
2. 티볼리 시내로 다시 돌아가는 버스를 탄 다음에 거기서 로마로 가는 버스를 탄다.

요 두 가지가 가능했고, 티볼리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표는 정류장에 붙어 있었어요(생각해보니 이거는 사진을 안 찍었네요). 그 때는 그 시내버스표를 빌라 아드리아나 매표소에서 같이 판다고 붙어 있더라구요. 보니까 10분 전에 버스가 갔고, 다음 버스는 1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하더라구요. 다리가 정말 아파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천천히 걸어가자, 이 생각으로 버스정류장에서 2분쯤 걸어갔는데 10분 전에 지나갔을 버스가 오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앗, 하고 버스를 보니까 버스 기사도 저를 보고 있었고, 그래서 몸을 돌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어요. 빌라 아드리아나 정류장에서 잠깐 설 테니 그 때 타려고 했고 거리상 여유는 있었어서 뛰진 않았는데, 그 기사새끼가 버스를 급하게 몰더니 정류장에서 멈추지도 않고 휙 지나서 저를 쳐다보며 다시 티볼리 시내로 휭 하고 가더라구요. 진심으로 욕이 나왔지만 별 수 없으니 그냥 터덜터덜 걸어서 큰길로 나가서 버스 타고 로마로 왔습니다.


어쨌든, 이런 에피소드를 겪고 나니 좀 제가 얻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결론은

1. 로마에서 티볼리로 가는 버스에는 완행과 급행이 있으므로 잘 확인해서 탄다. 빌라 아드리아나로 바로 가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뜨문뜨문 있으므로 유의.

2. 빌라 아드리아나 ↔ 티볼리의 경우 티볼리 시내에서 4, 4X 버스를 타면 되는데 배차간격이 넓고 시간을 잘 지키지도 않으므로 유의.

3. 4, 4x 버스를 탈 수 있는 티볼리 시내버스 표를 어디서 사야 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도에 1~7로 표시된 곳에서는 팔지 않으므로 다른 곳을 파 볼 것…


----
티볼리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 보면 도시 자체는 옛날 로마시대부터 귀족들 휴양지로 썼던 곳이라 딱 그 정도 느낌입니다. 관광객 장사로 먹고 살아야 되는 동네인데 관광객도 아주 많지는 않죠. 빌라 데스테는 티볼리 시내 쪽인데 빌라 아드리아나를 참조하면서 빌라 아드리아나에 남아 있던 것들도 좀 뜯어오고 그래서 관리가 비교적 되어 있는 편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이랑 좀 비슷한 느낌이에요.









빌라 아드리아나는 가기가 좀 힘들긴 한데,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만족할 겁니다.
변덕스럽다는 점에서 한결같았다는 평가를 받은 까칠한 황제가 어떤 걸 만들었는지 저는 정말 보고 싶었어요.
다만 많이 무너져 있으니 상상의 눈을 잘 활용해야 하죠.










티볼리에 관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by joshua-astray | 2018/07/10 00:25 | minor - all kinds of | 트랙백 | 덧글(7)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